"文, 다 내려놓는단 맘으로 회동 임해야.. 尹은 깍듯한 예우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첫 회동을 한다.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지 정확히 19일만이다. 두 사람의 대면은 윤 당선인이 지난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뒤 21개월만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오전 10시 각각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배석한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입장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했고, 윤 당선인은 “국민의 걱정 덜어드리는 게 중요하다”며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회동은 전날 저녁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정해진 의제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예정이라고 양측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5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손실보상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나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집행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감사위원 2명의 인선 문제를 놓고 어떤 식으로든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겠냔 전망도 많다.

정계 원로들은 늦었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된 것은 다행이라며 ‘아름다운 권력 이양·승계’ 장면을 연출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회동에 임해야 한다”며 특히 인사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발령권자만 현직 대통령이지, 실질적으로는 윤 당선인의 뜻을 100% 반영하는 게 문 대통령이 민주적인 지도자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당선인을 향해선 “문 대통령을 깍듯하게 잘 예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은 당선인에게 ‘역할 잘 하시라’고 격려하고, 당선인은 대통령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인사 문제는 대통령이 당선인의 의중대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국민들이 그간 염려를 많이 했는데,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논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지난 9일 치러진 대선 이후 19일 만이다. 이전까진 19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YS) 당선인이 대선 후 18일 만에 처음 만난 게 최장 기록이었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첫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시간을 4시간 앞두고 돌연 무산됐다. 이후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감사위원 등 인사권 행사 문제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사건건 충돌했다.

김주영·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