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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 많은 尹사법개혁 공약..심화하는 재판지연 해법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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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개혁에만 초점..법원 제도개혁 외면 우려
사법제도 개혁 없다면 재판 지연 사태 심화 가능성
법조계 "판사 정원 확대·상고심 개혁 논의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이 수사기관 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진 탓에 재판 지연 등 제도 개혁 이슈가 등한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는 요구가 법조계에서 흘러 나온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발표한 사법개혁은 준사법기관인 수사기관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위공직자 수사 우월적·독점적 지위 폐지,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부 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통합가정법원 설치나 해사전문법원 신설 정도뿐이다.

공동정부 파트너인 국민의당 공약 역시 일부 형사사법체계 개편만 담고 있다. 국민의당은 대선 기간 공수처 폐지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시험 도입을 내걸었지만 사법개혁에 대해선 별다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법개혁 본류와는 다소 동떨어진 동시에 정치적으로 매우 첨예해 정책들이다. 추후 여소야대 국회 구도상 관련 입법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임기 내내 검찰 개혁에만 매달리며 사법 개혁에 소홀했던 문재인 정부의 전처를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 나오는 이유다. 당장 인수위 인선에서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 중 법조인은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유일하다. 인수위 측은 전문위원 인선과 외부 전문가, 부처 등과의 소통을 통해 시급한 현안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단기 사법개혁 과제로서 일선 재판 사건 적체, 장기 과제로서 상고심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일선 법원, 재판지연 심화…“판사·로클럭 늘려야”

가장 시급한 사법개혁 과제로 지적되는 사안은 일선 법원의 과중한 사건 적체다. 과거 논의의 중심이 대법원(상고심)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일선 법원의 사건 적체가 훨씬 심각한 문제로 평가받는다. 과중한 사건 부담은 단순히 판사 업무 부담 차원으로 그치지 않고, 재판 지연과 충실하지 못한 심리로 이어져 국민들이 직접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소송 자체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민사소송의 전면적인 전자화로 판사들이 검토해야 하는 소송 기록도 훨씬 많아졌다. 여기에 주 52시간 실시와 ‘워라밸’ 중시 사회적 분위기 등까지 맞물리며 재판 속도는 날이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대법원장이 신임 법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피고인의 구속기간 제한과 비교적 사건 수가 적은 형사재판에 비해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사재판의 재판 지연은 더욱 심각하다. 소가 기준이 높은 1심 민사 합의부 사건의 판결 선고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2019년 298.3일에서 지난해 상반기 353.7일로 증가했다. 민사 1심 단독 재판의 경우도 사건 접수부터 판결 선고까지 평균 211.1일에서 225.7일로 늘었다.

대법원은 합의부 관할 기준을 기존 2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일선 법원의 재판부 증설에 나섰지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판사 1인당 사건 수를 줄이거나 판사의 업무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판사 정원 확대, 재판 보조인력인 재판연구원(로클럭) 증원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판사 정원 확대다. 2014년 12월 개정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에 따라 판사 정원은 순차 증원돼 2019년 1월 3214명으로 확대됐다. 현재 판사 증원 추세라면 올해 연말 정원을 거의 다 채우고, 내년 판사 충원을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판사 정원 1000명을 늘리는 판사정원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이와 함께 판사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로클럭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판사 정원과 로클럭 확대를 추진해왔으나 아직 국회와 재정당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文정부서 상고심 개혁 논의 실종…“尹정부 달라야”

법조계에선 사법부의 오랜 숙원인 상고심 개혁에 대한 논의도 윤석열 정부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 한해 상고를 허가하거나 대법관 수가 많은 해외와 달리 모든 상고사건을 심리한다. 과도한 사건 부담으로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수는 전체 소송 수 증가와 함께 증가추세를 보이며 대법원의 사건 부담도 과중되고 있다. 본안 사건 기준 2011년 3만 7627건이던 접수 사건은 2017년 이후 매년 4만 500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비송 등 본안외 사건(2020년 접수 2만2859건)을 포함할 경우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2020년 기준으로 대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은 4만 6231건이고, 처리 사건은 3만 8809건이다. 이를 단순히 13명(대법원장 1인 + 법원행정처장 제외 대법관 12인)으로 계산할 경우 1인당 접수 사건은 3556건, 처리 사건은 2985건이다. 1인당 매일 신규 사건 10건을 접수하고, 8건 이상을 처리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건 심리가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대법관 1인당 관여해야 하는 사건부담은 이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상고심 개혁은 그동안 △상고허가제 △대법관 증원 △상고법원 설치 등을 두고 대법원이나 변호사업계, 정치권 등의 입장이 달라 진전된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의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 출범한 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 모두 논의에 소극적이었다.

법원 안팎에선 법조계 사정에 밝은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법관 정원 확대와 상고심 개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고위 법조인 출신인 윤 당선인이 사법부 사정에도 밝은 만큼 제도 개혁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년간 논의가 전무했던 상고심 개혁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논의를 이끌어 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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