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은 직접수사 안 할까.."틀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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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 팩트체크
최근 일부 여당 의원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나 수사 지휘권 행사를 완전히 못 하게 하고 기소 여부만 판단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검찰이 전면적으로 수사 기관화된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논리를 대면서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례를 들며 “미국 갑부들의 시세조종, 내부거래, 탈세를 검찰 수사로 엄단했다”며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미국을 중심으로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자세히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검사는 오히려 한국 검사보다 강력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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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검사 조직
미국에선 법무부 장관이 연방 검찰총장을 겸하며 전국 93곳의 연방검찰청을 지휘한다. 각 연방검찰청의 기관장이 연방 검사이고, 그 밑으로 검사보(사실상 평검사) 등이 있다. 연방 검사는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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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검사 권한
미국 법무부 연방검사 매뉴얼에 따르면 연방검사는 연방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관할구역 내에서 연방형사법상 수사에 관한 권한을 가진다. 연방검사는 연방 범죄를 직접 수사하거나 연방수사기관(FBI, DEA 등)에 수사 지시를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6대 중요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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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검사 직접수사 대상
미국연방검찰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상적으로 수사는 FBI 등 연방수사기관이 맡는다”고 밝힌다. 이는 ‘통상적’이 아닌 중대한 사건의 경우 연방검사가 직접 수사를 한다는 얘기다.
프릿 바라라 전 뉴욕남부연방검찰청 연방검사(2009~2017년)가 2019년 펴낸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도 이 같은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책은 4개 챕터(수사·기소·재판·처벌)로 구성되는데, 수사 챕터의 분량이 42%가량에 이른다.
“범인수색을 벌인 53시간 동안, 우리 검찰청의 대테러팀 검사들은 합동 대테러전담부대의 요원들과 밤을 지새우며 감시카메라를 주시하고 범죄 차량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했다…당시 부지검장 보이드 존슨은 FBI에 머물렀고, 나는 뉴욕남부지검에서 대테러팀 책임자들로부터 샤흐자드 체포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129쪽)
프릿 바라라 전 뉴욕남부연방검찰청 연방검사. [사진 흐름출판]━
④검사 직접수사 방식
연방검사는 대부분 FBI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 때로는 FBI 요원들과 하나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하기도 한다. 한국은 검찰청 내 검사와 수사관만으로 직접 수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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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하면 유죄 나올 사건 무죄”
승 연구위원은 “일반 범죄는 차치하고 중대 범죄만 보면 미국을 포함한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합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검사는 부패범죄 등 중요 사건에 대해 특별수사부 3곳과 특별형사부 10곳 등에서 직접 수사를 한다. 독일에선 모든 수사권이 검사에게 있다. 직접 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수사를 시킨다. 경찰은 검찰의 지시에 대한 복종 의무가 있다.
영국에선 일반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검찰이 기소를 담당한다. 그러나 중대 사건의 경우 중대비리수사청(SFO)를 통해 검사와 수사관이 한 팀으로 활동하며 검사는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를 모두 맡는다.
여권의 ‘검수완박’ 계획이 실현될 경우 ‘정의의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승 연구위원은 경고했다. 그는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채 기소하고 재판에 들어가면 방대한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공소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유죄가 선고돼야 할 사건에 무죄를 선고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런 정의의 공백이 생기면 ‘검찰에 수사권을 되돌려주자’는 말이 100% 나올 것”이라며 “자칫하면 최근 실현된 검·경 수사권 조정도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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