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집무실 이전땐 GDP 3.3조↑"..재계조차 "낯간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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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만큼 관광증대..국민지지로 정책효율 커져 경제성장"
집무실 이전비용 분석은 없어.."민감 사안에 줄대기" 우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기관이 3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관광 수입이 해마다 1조8천억원,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3조3천억원 늘어날 것이란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에선 반색할지 몰라도 재계 내부에서조차 “낯간지럽다”거나 “경제계 얼굴에 먹칠하는 정치 행위”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부산대 김현석 교수에게 의뢰해 마련한 것이라며 이날 발표한 보고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을 통해 “집무실 이전으로 관광 수입이 매년 1조8천억원, 사회적 자본 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 증대 효과가 1조2천억~3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관광 수입 증가는 국내외 관광객 유치 효과가 청계천 복구 이후의 방문 수준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김 교수는 밝혔다. 보고서는 청와대 전면 개방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1670만8천명(국내 1619만2천명, 해외 51만6천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관광 수입이 국내·해외 관광객에서 각각 9천억원씩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청계천 연간 방문 인원을 기준으로 하되, 기존 청와대 연간 방문 인원(2018년 69만6천명)을 차감함으로써,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른 순증 효과를 추산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는 제도적 신뢰도가 높아져 경제 활동이 촉진돼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구성원 간 협력, 국가 정책·제도에 대한 신뢰 등 공동체의 협력을 촉진하는 유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증가해 정책 집행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정책 실효성이 개선되고, 정보 교류가 촉진돼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집무실 이전에 따라 ‘제도적 신뢰’ 수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한국보다 한 단계 앞선 슬로바키아(31위, +2.8단위) 또는 대통령 관저를 국민에게 개방했던 우루과이(+7.5단위)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사회적 자본과 국내총생산 간 상관계수는 0.72(2017~2021년 기준)로 추정했다.
이번 보고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2주가량 걸렸다는 효과 분석 또한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른 관광객 증가가 다른 곳의 방문을 포기하거나 대신한 결과라면 국가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관광 수입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월 경제팀 수장이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 강행 뜻과 함께 “중국에서 연 100만명씩 관광객을 유치하면 130년 먹을 관광자원이 된다”고 주장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대운하를 건설하면 연간 100만명씩 130년 동안 총 1억3천만명이 관광을 올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집무실 이전이라는 공간 배치의 변화가 정보 교류 활성화로 이어지고 제도적 신뢰를 높인다는 대목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용산 이전만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통을 확대한다면 그게 더 경제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응해야 할 경제 현안이 많은 상황인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줄 대기식 입장을 낸다는 건 경제계 이미지를 또다시 얼룩지게 만드는 정치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집무실 이전보다 전경련의 자중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졌다, 도저히 (전경련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전경련은 지난 21일 윤석열 당선자와 경제단체장들의 회동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아 다른 경제단체들로부터 불만을 샀고 논란을 일으킨 바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처지에서 경제단체 대표 노릇을 하려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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