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면론?" 퇴임 앞둔 文에 빗발치는 '사면 요청'..시민들 피로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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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정치권서 사면론..MB·정경심·김경수·이석기 등
사면 이유로는 국민통합·건강악화 등 다양
시민들 사이에선 반복되는 '사면 정국'에 피로감
"사면권 남발, 법치주의 위협해..시민들 상대적 박탈감 느낄 것"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2주 남겨둔 시점에서 종교계 등에서 '국민 통합'을 이유로 한 사면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MB) 씨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MB 사면 논의가 불발됐음에도 이같은 사면론이 또다시 나온 것이다.
일각에선 석가탄신일(5월8일)을 앞두고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시민들 가운데선 지난해 말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사면 전후부터 현재까지 반복되는 이른바 '사면 정국'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4일 종교계에서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탄원이 이어졌다. 사면 요구 대상으로는 이씨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교수까지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와 함세웅 신부 등 종교계 원로는 정 교수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들은 이씨와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요청했다. 이들은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사면 요청이 빗발쳤다. '국론 통합'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MB 사면을 주장하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이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정 전 교수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검찰정상화와 검찰개혁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분들이 계시다. '윤석열 검찰'의 검찰권 남용으로 멸문지화를 당한 한 가족도 있다"며 "수사가 아니라 사냥을 당하다시피 했다. 원상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배려는 해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 의원은 정 전 교수의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전날인 석가탄신일을 맞아 마지막 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각에선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씨와 김 전 지사 등 사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각계의 요청이 쏟아진다면 충분히 사면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아직 청와대 내에서 사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며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윤 당선인도 대선과정서부터 지속적으로 MB 사면론을 꺼내왔지만 정작 문 대통령과 회동 당시에는 MB 사면 논의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서는 윤 당선인의 요청을 받은 청와대가 김 전 지사와 이씨의 사면을 함께 단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빗나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과정서부터 지속적으로 사면 논의가 나오는 것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일부 시민들도 있다. 앞서 건강상의 이유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사면된 데도 부정 여론이 나온 바 있듯, 최근 MB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50%가 '사면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고, 39%는 '사면해야한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 사면권은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사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면권은 형사사법체계에 예외를 두는 것으로, 이 권한이 남발될 경우 형사사법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사면권의 남발이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임기 말에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발되고, 특히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선심성 사면이 덩달아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재임 기간 중에 있었던 부패, 비리, 선거법 위반한 사람들을 사면해준다면 법치주의가 온전히 서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평론가는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이 부정인 이유에 대해 "임기 말에 민생사범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양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권력자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선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은 법의 잣대, 법치주의가 서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공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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