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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 혁명 후 첫 ‘디폴트’ 본격화…러 “루블로 갚을 것” [러, 국가 부도 'D-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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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 1457억弗 이자 달러로 지급해야…제재에 보유 달러 묶여
S&P·JP모건 “러 디폴트 모면 유일한 방법은 이자 전액 달러 지급”
블룸버그 “러 정부·가스프롬 등 러 기업 연쇄 디폴트 시작 우려”
러, 세계 4위 외환보유국…IMF 총재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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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貨) 지폐 위에 놓여 있는 러시아 루블화 동전의 모습.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가 100여년 만에 국가 부도 사태의 기로에 놓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명령이 불러온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보유한 달러화(貨)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러시아 측이 지급일이 도래한 채권 이자에 대해 자국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서방 측에선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외화 국채 만기일이 연이어 돌아올 예정인 만큼, 국제 금융 시장 교란의 가능성을 두고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57억 이자 지급해야…루블貨 상환 시 디폴트=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달러(약 1457억원)의 이자를 16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후에도 21일 6563만달러(약 814억원), 28일 1억200만달러(약 1265억원), 31일 4억4653만달러(약 5537억원) 등 외화 채권 이자와 원금 상환일이 줄지어 예정돼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와 관련한 지급 명령을 내렸고, 해당 이자를 달러가 아닌 루블로 상환할 예정이다.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한 ‘비우호국가’의 투자자에게 루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을 내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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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로이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합의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16일 이자 만기 국채는 모두 루블 상환이 가능하단 옵션이 없다. JP모건도 “러시아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자 전액을 달러로 보내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로 상환하면, 이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한 바 있다.

▶러 보유 외화 783조 ‘세계 4위’…“글로벌 금융위기 없을 것”=러시아가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로 지급한다면 약 1500억달러(약 186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탈리아(253억달러), 프랑스(252억달러), 오스트리아(175억달러), 미국(147억달러) 등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에 대한 회수 역시 불가능해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가 세계 금융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갚을 돈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다. 자금이 부족해 직면했던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국채 디폴트, 달러화 표시 국채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 선언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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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123rf]

지난 1월말 기준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외화는 6302억달러(약 783조원)로 세계 4위 수준이다. 이 돈은 러시아 중앙은행을 포함한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로 대부분 동결돼 있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관점에선 의무를 다하려 노력 중이지만, 서방이 러시아를 ‘인위적 디폴트’로 몰아가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전날 러시아 디폴트 현실화를 예상하면서도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윌리엄 잭슨 캐피털이코노미스트 수석 분석가도 “러시아의 디폴트는 매우 상징적인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당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당장 16일로 다가온 2건의 국채에 대한 이자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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