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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는 '죽음의 공방전'..우크라 서부로 확대되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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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주의 보로디안카 지역의 주거 건물들이 2일(현지시간) 포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죽음의 공방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키이우 도심 턱밑까지 진격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지역까지 공습하면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키이우의 서쪽과 북쪽, 동쪽을 반포위하는 형태로 옥죄고 있다. 키이우 도심에서 불과 25㎞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상태다. 아직 키이우 중심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진 않지만 도시와 인접한 외곽 지역에선 총격전이 격화되고 있다.

키이우 남쪽 도시 바실키우에선 러시아의 공격으로 연료 저장소에 불이 났다. 군 공항 활주로도 완전히 파손됐다. 키이우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도시 체르니히우에서는 랜드마크인 호텔 우크라이나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키이우와 도시 경계를 맞대고 있는 소도시 이르핀에서는 격렬한 시가전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이르핀을 차지하는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키이우 저지선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방위대가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거리 곳곳을 요새화한 상태다.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향하는 길에 있는 교량도 모두 폭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계 우크라이나 배우가 키이우 서북쪽 외곽 도시 이르핀에서 시민을 탈출시키다가 러시아군의 폭격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의 배우이자 연예인인 이파샤(Pasha Lee)가 러시아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도시 이르핀에서 시민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의 어머니는 자카르파티아 출신이고 아버지는 크림반도 출신 한국인이다.

러시아는 또 그간 비교적 안전 지역이었던 서부 지역까지 공격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복수의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북서부 루츠크의 군사 비행장이 각각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폴란드 국경과 인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도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리비우는 수천명의 난민들이 지나가는 지역이다. 이번 공격에 대한 피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SNS 상에서는 리비우 인근 야보리브 우크라이나 군사훈련장 방향에서 대형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남동부 연안 도시 마리우폴은 폐허가 됐다. 러시아군 공격에 12일째 고립 상태로 현재 1582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는 이런 무차별 공격에 구형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dumb bomb)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멍텅구리 폭탄은 목표물을 추적하는 유도 기능이 없어 오폭 위험이 크다.

러시아군의 계속된 공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억 달러(2474억원) 규모의 군수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군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 대전차미사일 재블린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와(NATO·나토)의 공동 지원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무기를 지원하는 함대가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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