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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후폭풍…“제2 리먼사태 일어날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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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 파산 때 자산 6390억달러
SVB 총자산은 3분의 1인 2090억달러

리먼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에 이어
세계 4위 투자은행으로 투자 범위 넓어
SVB는 스타트업 기업 중심으로 범위 좁고
대부분 예금이 미국 국채 중심으로 투자

美 금융당국도 신속히 대응하고 있어서
광범위한 위기 확대 가능성은 낮아 보여
실리콘밸리은행(S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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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부 밖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0일(현지시간) 파산절차에 들어가면서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 파업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소환하기도 한다.

파산규모가 적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움직임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미 금융당국의 빠른 대응과 함께 SVB의 투자자산 대부분이 안전한 미국 국채라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크다.

11일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SVB의 파산으로 금융계가 충격에 싸여있다. 은행 갯수가 4300개에 달하는 미국에서 은행 파산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에는 140곳, 2010년에도 157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1년에도 92개의 은행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 파산이 없었지만 불과 3년 전인 2020년에도 미국 내 4곳의 은행이 영업을 중단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22년 사이에 문을 닫은 은행은 561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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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베커 실리콘밸리은행 회장 겸 CEO [AFP=연합뉴스]

은행 파산이 흔한 미국서 SVB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규모 때문이다. SVB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2090억달러(276조5000억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232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9월 미국 뉴욕남부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접수했을 당시 총자산이 6390억달러다. SVB가 리먼의 3분의 1 수준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라고 설명한다.

비관론자들은 SVB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SVB 파산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미국 주요 스타트업의 현금이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이들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스타트업 예금 비중이 높았던 SVB가 받은 타격은 더 컸다.

문제는 SVB가 예금의 상당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지만, 중도에 이를 매각할 경우 손실을 보게 된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국채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손실분은 더욱 크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SVB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났다. 이러자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등은 이들에게 SVB에서 돈을 뺄 것을 요구했고, 급기야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 움직임까지 나왔다. 쇄도하는 예금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SVB는 국채 매각을 더욱 늘렸지만, 결국 대응에 실패하고 파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예금인출을 하라는 메시지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전달됐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SVB 파산을 ‘트위터 파산’으로 부를 정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내 상당수 금융회사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거품이 낀 자산으로 평가받는 기술기업이나 가상화폐와 거래관계가 높은 은행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관련 투자비중이 높은 은행들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은행업계는 보유 증권에서 총 6000억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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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는 분위기다. 우선 SVB처럼 특정 분야에 집중해 자금을 운용한 은행이 많지 않다. 은행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세계 4위 은행답게 전 세계에 투자자산을 펼쳐 놓은 리먼 브러더스와는 큰 차이다. 더구나 SVB처럼 운용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 곳도 극히 드물다.

미국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뱅크런’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발빠르게 파산 조치에 들어간 것이 정부다.

다만 당분간 SVB와 거래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등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VB에 맡긴 예금이 25만달러(3억3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보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SVB의 예금 가운데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예금을 1515억달러(20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서는 직원 임금 지급부터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매주 또는 격주에 임금을 지급하는 주급 형태를 운영하고 있는데, SVB 파산으로 예금을 찾지 못하게 될 경우 당장 임금지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SVB의 자산이 예금보다 더 많아 예금자들의 손실은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이를 되찾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 기간에 기업들의 자금부족은 피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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