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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조엔 國債’ 이자의 덫… 금리 못올리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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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1달러에 145.89엔까지 치솟자 일본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보유한 달러로 엔화를 사들인 것이다. 순간적으로 엔화는 140엔까지 떨어졌다. 엔과 달러를 사고파는 해외 외환 딜러들이 일본 정부의 개입에 움찔하고 물러선 것이다. 1조2921억달러(약 1821조원)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일본이 “엔화 가치가 145엔보다 떨어지는 건 막겠다”고 외환 전쟁에 나서자 엔저(엔화 가치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 하루가 지난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42엔대에서 거래됐다.

‘1065조엔 國債’ 이자의 덫… 금리 못올리는 일본
‘1065조엔 國債’ 이자의 덫… 금리 못올리는 일본

일본 금융 당국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지만, 정작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 매체들은 “금리 인상과 함께 진행되지 않는 외환 개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엔저의 근본 원인인 미국과 일본 간 기준금리 차를 그대로 두고는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1달러=145엔’ 저지선이 뚫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시중의 달러를 회수하는데, 일본은 정반대로 제로 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공급량을 늘리니 엔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일본은행이 끝까지 금리 인상을 배제하는 배경엔 9년간 지속한 ‘돈 풀기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은 앞에서는 보유한 달러를 써가면서 환율 하락 저지에 나서면서 뒤에선 엔화를 대량으로 풀어서 엔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일본 금융계 관계자는 “양적 완화를 멈추고 금리 인상했을 때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본 금융 당국이 뻔한 딜레마를 알면서도 쩔쩔매고 있다”고 말했다. 1065조엔(약 1경560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국채가 금리 인상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은 10년 전만 해도 국채를 500조엔대로 조절했지만,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라 국채를 찍어 계속 유통시켰다. 이제 금리 인상은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늘리는 직격탄이 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국채의 일부 원금 상황과 이자 부담에만 약 24조엔을 책정했다. 국채가 조금씩 일본 정부의 목을 조르는 상황이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금리가 1% 오를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은 2025년 기준으로 3조7000억엔이 증가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금리를 결정하는 일본은행도 국채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정부의 국채 가운데 절반인 528조엔을 일본은행이 구매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엔저를 저지하는 외환 개입을 단행한 마당에 일본은행은 엔저를 유발하는 금융 완화를 지속하는 정반대 정책이 진행 중”이라며 “이런 모순된 대목을 악용해 해외 투자자들이 엔화 매매로 돈을 벌려고 달려들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일본 당국이 24년 만에 단행한 외환 개입으로 엔화 가치 하락이 일시적으로는 멈췄지만 앞으로도 금융 당국의 저지선이 환율 시장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화가 145엔까지 밀릴 때마다 당국이 엔화를 매수해 하락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엄청난 외환을 보유한 일본이지만 당장 쓸 탄환은 현금으로 보유한 1361억달러(약 192조원) 정도다. 1조달러 이상은 미국 국채 등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현금화하기 힘들다. 반면 엔화의 하루 거래량은 50조엔을 넘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탄환을 아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24년 전에 외환 개입을 했을 당시에 3개월 동안에만 외환보유액 3조엔어치를 썼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도 일본 정부가 외환 개입할 때마다 일시적인 효과만 있었을 뿐 장기적으로 엔저를 막진 못했다. 1997년 12월에 외환 개입을 단행, 131엔을 125엔으로 떨어뜨렸지만 1998년 초에 다시 130엔으로 복귀했다. 그해 6월에 다시 146엔일 때 개입해 135엔까지 붙잡았지만 같은 해 8월에 147엔으로 치솟았다.

외환 개입만으론 역부족이지만,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22일 “금융 완화를 지속하고, ‘당분간’ 금리를 올릴 일도 없다”며 “당분간은 수개월이 아닌 2~3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여전히 경기 침체 상황이고, 물가상승율도 2%대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현재 기준금리는 -0.1%다. 여기에 10년물 일본 국채의 이자율도 강제로 0.25%로 억누르고 있다. 0.25%가 넘는 국채가 시장에 나오면 일본은행이 무제한으로 구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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