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버핏 "무차입+감정조절할수 있다면 주식투자는 좋은 선택"

100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89)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최근 버핏이 10년 가까이 애용하던 삼성 폴더폰을 아이폰 11로 바꾼 사실도 화젯거리다.
버핏은 미국 증권방송과도 가끔 인터뷰를 하지만, 버핏이 가장 말을 많이 할 때는 매년 5월 개최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 때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5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버핏의 말을 듣기 위해 미국 오마하로 모여든다.

버핏이 글을 발표하는 일도 드물다. 버핏이 가장 길게 쓰는 글은 매년 2월 하순에 발표되는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다. 올해도 버핏은 A4용지 13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통해, 버크셔의 투자와 기업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버핏의 생각을 읽어보자.

◇버핏이 기업을 인수하는 3가지 기준
올해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버핏은 기업을 인수하는 3가지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영업에 필요한 자본적 지출에 대해 높은 수익률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동안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기업들의 유형자산 투자규모는 무려 1210억 달러(약 145조원)였고 감가상각 규모도 650억 달러(약 78조원)에 달했다. 버크셔의 자회사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반드시 능력 있고 정직한 경영진이 경영하는 기업이다. 버핏은 인수합병 전에는 경영진의 능력을 깐깐하게 따져보지만, 인수합병 후에는 경영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번째는 비싼 가격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다. 버핏은 좋은 기업이라도 절대 높은 가격을 주고 사지 않는다. 좋은 기업의 가격이 합당한 선까지 떨어졌을 때에만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위의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을 찾았을 때 버핏은 기업 지분을 100% 인수하고 싶어하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이 가끔씩 상당한 규모지만, 그래도 최대 주주는 될 수 없는 지분을 매수할 기회준다.

◇인수합병은 결혼과 같다
버핏이 많은 기업들을 인수했지만, 실망스럽거나 완전히 실패한 인수합병도 많았다. 동시에 몇몇 기업들은 버핏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버핏은 자신의 인수합병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인수합병은 결혼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수합병과 결혼은 모두 즐거운 결혼식으로 시작되지만, 현실은 결혼 전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새로운 결합이 예상치 못한 지복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환상이 빠르게 걷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인수합병에서는 주로 매수자가 불쾌한 놀라움을 접하기 일쑤다.

버핏은 버크셔의 결혼은 대다수가 양쪽이 납득할만한 결과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실패한 기업들은 쪼그라들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줄었고 성공한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 하면서 버크셔에 점점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1965년 버핏이 직물회사인 버크셔를 인수한 것 자체가 커다란 실수였다. 하지만 버핏은 버크셔의 직물부분을 축소하고 성공적인 지주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초저금리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10년 넘게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미 연준 기준금리도 1.50~1.75%에 불과하다.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

금리에 대해, 버핏은 금리를 예측하는 건 자신의 게임이 아니라며 자신과 찰리 멍거 부회장은 내년에 금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금리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단지 버핏은 현재 수준의 금리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법인세율도 오르지 않는다면 주식투자가 장기 채권투자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버핏은 내일 주식시장에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가끔씩 시장은 크게 하락하며 심지어 50%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버핏은 순풍을 받는 미국 경제와 복리의 마법으로 인해 주식투자가 장기적으로 훨씬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차입한 돈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만 해당한다는단서를 달았다.

이 밖에도 버핏은 월가의 조언을 평가할 때, 이발사에게 지금 이발을 해야 할 때인지 묻지 말라는 말을 기억하라고 말했고 기업의 CEO들이 사외이사를 찾을 때 투견인 핏불 테리어보다는 온순한 코커스패니얼을 선호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버핏은 5월 2일 오마하로 와서 동료 자본주의자들을 만나라며 자신과 멍거가 고대하고 있겠다는 말로 올해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쳤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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