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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공포에 베팅한 불개미, 한 달 만에 40% 벌어 '돈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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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지수(VIX) 추종하는 ETN·ETF 수익률↑
"롤오버 비용 계속 발생..'단타' 적합"

주식 투자로 틈틈이 ‘용돈 벌이’를 해온 직장인 박윤호(37, 가명)씨는 지난달 중순 한 파생상품에 2000만원을 베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임박하고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고 있으니 현금을 들고 있으라는 주변 친구들의 권유도 소용없었다.

박씨의 판단은 적중했다. 투자한 지 보름 만에 2000만원을 약 2500만원으로 불리며 한 번에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번 것이다. 그가 선택한 파생상품은 바로 변동성지수(VIX)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 불안정한 하락장에서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이다.

4일(현지 시각) 크림반도의 심페로폴에서 한 여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을 지나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전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서는 단일 종목도 아닌 종합주가지수가 하루 만에 반토막나고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전방위적 경제난이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 및 아시아 증시도 높은 변동성 가운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박씨와 같이 고변동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리며 헤지(위험 회피)에 성공했다. VIX지수의 상승을 1.5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경우, 한 달 만에 4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변동성 1.5배 추종하는 ‘울트라빅시’, 한 달 수익률 42%

VIX는 미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옵션의 향후 30일 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다.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헤지 수요가 늘어 옵션 가격이 오르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보통 약세장에서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다.

VIX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위탁 증거금을 걸고 선물을 살 수 있다.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 롱이나 숏 포지션을 취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선물 직접 투자는 파생상품에 비해 수수료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어 청산의 위험이 존재하며 장기 투자 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선물은 만기가 정해져 있어 해당 만기마다 롤오버가 이뤄진다. 롤오버란 만기 전 기존 선물을 처분하고 그 다음 달 선물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선물 가격은 통상 근월물(가까운 달의 선물)보다 원월물(먼 달의 선물) 가격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는 롤오버를 할 때마다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것이 ETN과 ETF다. 운용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롤오버를 증권사나 운용사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편리하다.

전세계 ‘변동성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상품은 바클레이즈의 ‘iPath Series B S&P 500 VIX Short-Term Futures’ ETN이다. VIX지수의 상승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이다. 흔히 티커를 따서 ‘빅시(VIXY)’라고 부르는 미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의 ‘ProShares VIX Short-Term Futures ETF’도 대표적인 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지난 한 달 간 3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빅시’가 변동성을 1배 추종한다면, 이를 1.5배 추종하는 ‘울트라 빅시’도 있다. 프로셰어즈에서 판매하는 레버리지 상품 ‘ProShares Ultra VIX Short-Term Futures ETF (UVXY)’는 지난 한 달 간 수익률이 42%를 넘는다. 레버리지 ETF인 만큼 위험하지만 수익도 그만큼 크다.

3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근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해외 ETF나 ETN에 투자하는 경우 세금 부담이 크다. 가령 미 주식에 투자해 1000만원을 벌었다면, 그중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제한 뒤 남은 750만원 중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 상장한 VIX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 C’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8000원대 중반에 거래됐으나 현재 주가는 1만원이 넘는다. 지난달 24일에는 1만10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H) C’ 역시 8000원대 초반에서 현재 9720원까지 오른 상태다.

◇ 박스권에서는 ‘VIX 인버스’ 각광 받아

고변동장에서 VIX 파생상품은 좋은 ‘틈새 시장’이 된다. 그러나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변동성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N이나 ETF에 투자한다 해도 롤오버로 인한 손실이 가격에 이미 반영돼있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손해액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증시 변동성을 키울 만한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때 ‘단타’를 목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특히 VIX는 평상시 우하향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증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때 오르는 VIX지수의 특성 상, 시간이 지나 변동성이 다시 낮아지면 지수도 하락해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이 같은 성격을 역이용해 VIX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전략도 있다. ‘ProShares Short VIX Short-Term Futures ETF’는 VIX지수의 하락을 0.5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인버스 상품인 만큼 롤오버를 할 때마다 비용이 아닌 수익이 발생해, 오래 보유할 수록 꾸준히 이익이 누적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단, VIX 인버스 상품에도 위험성은 내재돼있다. 변동 폭이 큰 VIX지수의 특성 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리스크가 발생하면 하루 아침에 20~30%의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지수 하락을 1배가 아닌 0.5배 추종하는 상품이 인기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VIX 인버스 상품들은 증시가 박스권에 있던 2015년에는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으며 2년 만에 10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하며 하루 만에 95%나 하락했고 결국 줄줄이 상장 폐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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