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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다가올 고통 일부러 축소”…불러드 “인플레 타깃 신뢰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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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머스(오른쪽 아래) 전 재무장관과 닐 카시카리(// 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7일(현지 시간) WSJ와 대담하고 있다. WSJ 중계화면 캡처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오전 한때 파운드화가 1.07달러 대로 내려오고 달러 인덱스도 113으로 하락하면서 숨통이 틔였지만 달러 인덱스가 114.4대로 다시 치솟고 미 국채금리 역시 폭등했는데요. 국채금리 상승에도 나스닥이 0.25%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21%, 0.43% 떨어졌습니다. S&P500은 연중 신저점을 경신하며 약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985%까지 오르면서 4% 근처까지 갔습니다. 금리와 환율이 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인데요. 유럽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누출이 외부의 의도적 소행이라는 의혹에 유럽의 가스값이 12% 치솟고 투자심리도 나쁘게 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오전7시30분에 있었던 프랑스 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는 암호화폐와 디지털 달러 이외에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전반적으로 정책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신뢰 문제를 짚어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안팎의 목소리와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서머스 “영국 정부 신뢰 잃어 위기 전염 가능성”…불러드 “인플레 문제 심각 대응해야”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윌리엄 더들리가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따른 고통을 경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를 했는데요. 연준이 고통의 크기를 일부러 축소하고 있다는 뜻이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현재 연준을 보면 △인플레가 높고 노동시장이 강해 아직은 위원들이 똘똘뭉쳐 있으나 △실업률이 증가하고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 상황 달라질 것 △9월 경제전망 장밋빛. 침체없이 실업률 0.5%p 상승 전례 없어 △점도표 보면 위원 간 인플레와 싸움기간 2024년에 분화 △그 결과 연준이 계속해서 인플레와 싸울지 의구심 등인데요.

더들리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는 한동안 실업률이 상당히 높아야 한다고 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베버리지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은 약 5%이어야 한다”며 “경기침체 없이 실업률이 0.5%포인트(p) 이상 증가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9월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3.8%였던 실업률이 2023년에는 4.4%로 나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소개드렸던 클라우디아 삼의 법칙에 따르면 0.5%p 이상의 실업률 상승은 경기침체를 의미합니다. 실업률을 이 정도로 올리면서 침체를 피했던 적이 없다는 말인데요.

더들리는 “지금까지는 장기 인플레 기대가 잘 고정돼 있고 사람들이 파월 의장이 말을 믿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연준이 얘기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며 “정책 지지는 하락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죠.
 

연준의 2022년 9월 경제전망. 연준



그렇습니다. 올해는 그렇다고쳐도 내년 1.2%의 그럴싸한 성장에 실업률 4.4%,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2.8%, 확률은 낮으나 여전히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연준의 예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파월은 ‘약간의 고통’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깨지면 시장의 불신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블룸버그TV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하며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 정책 목표를 놓쳤고 인플레이션 타깃팅에 대한 신뢰도가 위험에 처했다”고 강하게 우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더들리나 불러드 모두, 정책 신뢰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신뢰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죠. 신뢰가 깨지면 금융도 경제도 끝입니다.

이날 영란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이 긴급회의 개최 필요성을 부정하면서도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과 시장 반응에 상당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결국은 “영국 정부를 믿어 달라”는 호소에 가깝죠.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영국의 상황은 신뢰를 잃은 결과다. 기축통화국의 외환위기는 전 세계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날 2002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기도 했는데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은 영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신뢰 문제는 시장이 하루이틀 상승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다시 붙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한 번 금이 가면 그 뒤에는 더 잘 깨지기도 합니다. 이는 당국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더 길고 깊은 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네일 어윈 악시오스의 수석 경제담당 기자는 CNBC에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면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카시카리 "소프트랜딩보다는 훨씬 더 하드랜딩 가까워”…에반스 “4.75%까지 올릴 수 있지만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갈까 걱정”



그래서인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이날 강한 발언을 쏟아냈는데요.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대담에서 “나처럼 그동안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이들도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인플레이션을 2%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소프트랜딩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많은 부분이 공급망 같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훨씬 더 하드랜딩(경착륙)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프트랜딩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고 밝혀, 사실상 소프트랜딩보다 물가잡는 것이 먼저라는 식으로 얘기했지요.

카시카리와 함께 대담에 참여한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하드랜딩 가능성이 소프트랜딩보다 상당히 더 많다고 본다. 공급망 부문에서 행복한 뉴스를 듣지 못한다면 하드랜딩일 것”이라며 “(연준의 예측대로) 실업률이 4.5% 수준에 그치고 2~3년 내로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올 확률은 25%가 채 안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침체에 관해서는 연준 내에서도 약간 결이 다르긴 한데요. 불러드 총재는 “경기침체 이야기는 미국보다는 글로벌 기반으로 말해야 한다”며 “우리는 빌딩들 사이를 걸어 갈 때 돌풍이 불어오는 것을 걱정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견고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면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WTI 추이. 침체 우려 등에 골드만삭스가 4분기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CNBC 화면캡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불러드 총재의 생각과 같습니다. 그는 “더 이상의 외부 충격이 없다면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신중하게 낙관한다(cautiously optimistic)”고 했는데요.

에반스 총재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정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연말까지 4.25~4.50%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4.50~4.75%로 금리가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한 것이죠. 그 시기는 내년 3월로 봤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다음 2년에 걸쳐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엄청난 노동수요가 완화하고 있으며 공급망이 해결되기 시작하는 신호가 있다”며 “(금리인상이)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갈까 약간 긴장된다”고 했는데요. 이 발언은 이날 증시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드렸던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위원들 사이에 내년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더들리는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와의 싸움을 얼마나 오래할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며 “2023년에는 기준금리 예상치가 4.25~5% 사이지만 2024년에는 2.5~4.75%로 넓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의견 차이가 크다는 뜻이고 앞서 얘기한 대로 실업률이 내년에 급증하거나 침체 징조가 오면 연준 위원들이 양극으로 나뉠 수 있음을 의미하죠.

핵심은 현재로서는 변한 게 없다는 겁니다. 에반스 총재의 말대로라면 내년 3월, 한번 멈춰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거지요. 연준의 강공 모드는 지속합니다.

다만, 침체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중장기적이며 세밀한 변화 움직임을 놓치면 안 되는데요. 숲을 보되 나무도 같이 봐야 합니다. 어제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인플레가 피크를 쳤을 수도 있다”고 했죠. 목재가격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내려왔고 그동안 유가 강세론을 펴왔던 골드만삭스는 4분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를 배럴당 120달러에서 95달러로 내리긴 했습니다.
 

美 30년 모기지 7% 돌파·집값은 10년 만에 하락…침체 우려에 블랙록·골드만, 주식 관심 시들



연장선에서 추가로 봐야 할 것은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7%를 돌파했다는 점인데요. 모기지 뉴스 데일리(Mortgage News Daily)가 실제 차주들의 대출금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는 금리 인덱스를 보면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대출금리가 이날 현재 7.08%입니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4% 근처까지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7%대의 모기지 금리는 주택구입자에게 확실히 부담입니다. 이날 나온 7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도 전월보다 0.2% 떨어지면서 미국 집값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는데요. 전년 대비로는 15.8% 상승한 것으로 나오지만 6월(18.1%)과 비교하면 상승폭도 낮아졌습니다. 높은 대출금리와 부동산 시장 둔화는 금리인상 저항세력을 키울 수 있죠. 물론 이것이 연준의 정책에 영향을 주느냐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실제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무언가 부서지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타깃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소프트랜딩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이는 더 많은 변동성과 위험자산에 대한 높은 압력을 뜻한다”고 밝혔는데요. 블랙록은 “대부분의 주식 종목을 피하라”며 “전술적으로 선진국 시장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몸을 사릴 기간은 6~12개월로 제시했죠.

골드만삭스의 생각도 그런데요. 크리스티안 뮬러-글리스만을 포함한 전략가들은 “지금의 주식 가치는 관련 위험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며 “더 많이 하락해야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제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는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이 98%를 넘었다고 했었는데요.
 

30년 미 고정 모기지 대출 금리가 7%를 넘었다. 모기지 뉴스 데일리



골드만삭스는 시장 분위기가 미국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TINA(There Is No Alternative)'에서 채권이 대안이라는 뜻의 ‘TARA(There Are Reasonable Alternatives)’로 바뀌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설립자는 “자신이 국채를 덥석덥석 사고 있다”고 했죠.

환율이 기업 어닝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도 여럿 나옵니다. 키리바의 울프강 코에스터 선임 전략가는 환율 변동 문제로 올 들어 3분기까지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 1200곳이 600억 달러 규모의 매출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요. 미국 기업입장에서 강달러는 해외매출 규모와 이익을 줄이겠죠.

그러나 장기 투자자에게는 투자 기회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옵니다. DCLA의 사라트 세티는 “지금은 장기주식 투자자들이 진입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했고, 셔리 폴 모건 스탠리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디렉터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구매 기회(buying opportunity)”라고 강조했는데요.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은 “매도세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징후를 보고 있으며 6월 저점을 하향 돌파한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그것이 10% 더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며 10월 초까지 바닥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CNBC가 최고투자책임자와 전략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살 것같냐는 질문에 고배당주(29%)를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금융(13.0%)과 메가캡 기술주(6.5%), 작지만 고성장 기술주(6.5%), 농업(6.5%)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재정정책이 불평등을 더 키울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계획 일부 수정을 포함해 어떻게 나올지, 유럽의 에너지 문제와 공급망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B8YYB56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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