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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미국서 등장한 경제 위기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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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경제학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이를 막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만들어 낸 지표들이 모두 미국 경제의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연준은 금리인상으로 수요를 조절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현재의 낮은 실업률을 유지한다면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연준 목표가 ‘헛된 희망’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불황의 증조들

“지난 75년간 인플레이션이 4%를 넘고 실업률이 5%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미국 경제는 2년 이내 침체에 빠졌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미국의 리세션 가능성을 경고하며 언급한 설명이다. 현재 미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7.9%까지 상승했고, 실업률은 지난 3월 3.6%로 하락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경제 불황 국면에서 물가상승이 지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는 서머스 전 장관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염려한 응답이 27.5%로 지난달보다 7.5% 포인트 높아졌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은행 UBS는 오는 12일 발표되는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8.5%까지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난 2월 이미 40년 만의 최고치 상승을 기록했는데, 아직 고점이 아니라는 의미다. 연준은 이런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 뿐만 아니라, 매월 950억 달러씩 보유자산을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을 조기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그러나 이런 연준 움직임에 대해 “물가급등을 통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긴축통화정책은 경기침체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거시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고,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하트넷 BofA 수석투자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플레이션 쇼크’ 악화, ‘금리 (인상) 쇼크’가 이제 막 시작됐다. ‘불황 쇼크’가 오고 있다”며 직설적인 경고를 내놓기까지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렸고, 미국과 유럽에서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도이체방크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유럽의 인플레이션 상승 모멘텀 강화로 글로벌 성장에 대한 예측이 크게 하향 조정됐다”며 “향후 2년 이내에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는 메모를 발표했다.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꼽히는 장·단기(10년물·2년물)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도 이미 목격됐다. 1955년 이후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발생했을 때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뿐이다.

캐나다 투자 은행 CIBC의 게리 제지오 분석가는 “상품 가격의 폭등,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장·단기) 국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을 때 경기 침체 우려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불황 대비하는 미국인들

심리적 불황은 이미 심각하다. 모멘티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1%가 올해 미국 경제 침체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52%는 1년 전보다 재정적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고 답했고, 76%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향후 재정적 선택 재고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식(52%)이나 운전(42%)을 줄이고, 휴가(40%)를 취소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심리적 불황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욱 빨리 닫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CIBC는 “인플레이션은 종종 부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앞지르는 경우 더욱 그렇다”며 “시간이 지나면 부를 갉아먹고, 경기침체의 발판을 마련한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 목을 죄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9%는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27%)의 2배를 넘어섰다. 미국의 경제에 대해서는 ‘나쁘다’는 응답은 42%로 ‘좋다’는 응답(25%)보다 17% 포인트나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는 50%까지 올랐고, 일자리나 경제에 대한 대응 평가는 48%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폴리티코가 모닝컨설트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68%나 됐다. 바이든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는 55%, 경제 대응에 대한 부정 평가는 57%였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권자들은 낮은 실업률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싫어한다”며 “대부분의 미국인은 지금만큼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어 모두 화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더힐은 “현재 여론조사보다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면한 문제는 복합적이고 연쇄적”이라며 “우크라이나 갈등은 인플레이션 상승, 정치적 불안정 고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11월 있는 중간선거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도 “물가 상승에 타격을 받은 성난 유권자들이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을 심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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