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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푸틴 '가스 대금 루블화로만 결제' 발표에 루블 가치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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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에 압력 가하고 환율 방어하려는 듯..효과에 의문도
공급 차질 우려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18% 급등

루블화와 가스관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를 팔 때 대금을 유로나 달러가 아닌 자국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히자 루블화 가치가 8% 이상 반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공급 차질 우려에 18% 이상 치솟았다.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같이 발표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에 일주일 안에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루블화 가치는 이달 들어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루블화 가치는 8.52% 상승한 달러당 95.0207루블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종가는 달러당 103.1130루블이었다.

이 같은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달러당 83.7509루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앞서 러시아가 한 달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자산을 동결하는 등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내놨고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다.

전쟁 전 달러당 70루블대에서 거래되던 루블화는 이달 초 달러당 140루블 이상을 기록,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다 최근에는 달러당 100루블 안팎 수준으로 다소 가치를 회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이번 발표는 루블화 가치 방어가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폭락한 루블화에 대한 수요를 늘려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그동안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며 주로 유로화로 결제해왔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서방의 약점인 에너지를 고리로 삼았다면서, 서방이 두 손을 들고 푸틴의 요구에 응하든지 아니면 푸틴이 가스 공급을 차단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든가 선택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티머시 애시 블루베이자산운용 전략가는 "이건 게임이다. 러시아는 서방에 제재를 완화하라고 겁을 주고 있다"면서 "제재를 깨고 서방의 의지를 약화하려는 시도"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리엄 피치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러시아가 자국산 천연가스 구매자들에게 루블화를 사용하도록 강요해 서방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려 하는 것 같다.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는 부가 효과도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루블화를 충분히 확보할지, 또는 루블화로 결제할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애널리스트 제임스 헉스텝은 푸틴의 발표가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자들에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확실히 위험 요인"이라면서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블화 결제가 실질적으로 루블화 수요 증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러시아산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너선 스턴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연구원은 "유럽 은행이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은행과 협력할 수 있다면 루블화 결제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비니시우스 호마누 선임연구원도 "루블화 결제를 고집하면 구매자들에게 (구매)계약의 기간 등 계약의 다른 측면을 다시 들춰보고 그저 러시아산 가스에서 서둘러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푸틴 대통령의 발표 이후 공급 차질 우려 때문에 급등했다.

유럽 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h(메가와트시)당 117.00유로로 18.49% 급등했다. 이는 연초에 비해 약 66% 뛰어오른 것이다.

TTF 가스 가격은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 루블화 결제 방침을 발표하자 장중 한때 132.74유로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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