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환율 폭락, 잘못 끼운 첫 단추 함정에 빠진 것"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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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의 "주요 통화와 약세 비슷, 실효환율 절하폭 크지 않다" 주장 반박
秋 "세계 9위 수준 외환보유고,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李 "높은 대외신인도 유지... 외화자금 조달여건도 양호한 상황"
崔 "원화가치 폭락, 자유스러운 현상 아닌 '우리만의 요인' 있어" 우려
崔 "안전자산군 하락에 '원화가치 하락은 당연하다'는 고정관념" 지적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원화가치 폭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원화 폭락의 주요인을 "잘못 끼운 첫 단추의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며 환율을 방치한 결과 강요된 금리 인상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붕괴는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지난 22일과 27일 tbs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환율 폭락'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환율은 해당 국가 경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율 폭등이 금리 인상 및 인플레 지속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및 실질소득 감소, 자산시장 침체, 그리고 수입 비용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우려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국 경제의 문제가 집약된 환율 상승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강(强)달러’에 그 원인을 돌리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강(强)달러 현상'으로 단순화시켜 얘기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달러지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은 통화들은 환율 폭락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로써 호주, 싱가포르, 중국, 러시아 등 국가의 환율은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나라 환율이 폭락하는 이유에 대해 "강(强)달러는 한 요인에 불과하고, 우리(대한민국)만의 요인이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연속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고 있는 점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에 따른 가격 변동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겠지만 5개월 이상 이어지는 대중국 무역적자는 우리만의 요인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관련해 "우리가 피할 수 있었던 건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면서 "실제로 1월부터 4월까지는, 윤석열 정부 출범하기 전까지는 대중국 무역흑자가 65억달러로 흑자였지만 5월부터 8월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전 자신이 우리 경제를 한미 안보, 미국의 안보 하위 개념으로 넣게 되면 큰 위기가 올 것이라면서 대중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 대목으로 읽힌다.
결국 최 교수는 최근 환율 폭락의 원인이 대중 무역적자에서 야기된 게 크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만큼 시의적절하게 인상을 하지 못한 점도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금리를 미국만큼 올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일단 그것만 급하게 끄고, 근본을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자꾸만 뒤로 미루면서 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근 환율 폭락과 관련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원화가치만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주요국 통화와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가고 있다"며 "과거 양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그러면서 "세계 9위 수준인 외환 보유고와 7천400억달러 규모의 대외자산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제가 볼 때는 상황이 더 나쁘다"며 "외환위기 때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 때문에 충격이 온 다음, 고환율이 수출을 견인하는데 굉장히 효자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1998년도부터 우리나라가 무역흑자로 전환된다. 고환율이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했다"라면서 "결국 IMF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됐던 것이지만 지금은 고환율로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때는 수출이라도 잘 됐는데, 지금은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고 무역적자가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반박한 셈이다.
그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는 미국이 '양적 완화', '제로 금리'로 초(超) 금융 완화를 했다"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돈을 다 회수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금융위기 때는 미국이 금리를 내림으로써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돈을 회수하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니 환율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우리는 또 금리를 못 올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오히려 그 당시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라며 "지금 상황이 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당시는 충격이 단기에 끝났는데, 지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크게 우려했다.
최 교수는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상황을 체감하고 있는데, 정부 당국자가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나은 상황이라고 호도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다 불안해하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나 교역비중 등을 고려한 실효환율의 절하폭은 크지 않았다"며 "높은 대외신인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외화자금 조달여건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과거 위기 때와 달리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의 대외부문 건전성 문제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대외채권 규모가 대외채무를 상당폭 상회하는 순채권국인 데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규모를 고려할 때 유사시 대응능력도 부족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심화되어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되는 경우,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계약과 같이 외환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미시적 대응방안도 정부와 함께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 교수는 환율이 약세로 갈 수밖에 없는 요인에 대해선 글로벌 투기세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즉 투기세력 참여 때문에 환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1,400원선, 즉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방어하려다 보니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과의 달러 스왑과 관련해선, 금융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찾다가 결국 해외투자 금액이 큰 국민연금으로 눈을 돌렸다고 언급한 뒤, "국민연금이 미치는 환율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한 이를 두고 단기적인 시장 환율 조정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 장기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의 역할에 비춰보면 결국 달러가 장기적으로 묶이게 되면서 더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절대규모만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얼마나 빨리 현금화시킬 수 있느냐, 이것도 중요하다"면서 "(국민연금과의 스왑)은 결국은 현금화 정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과의 한미 통화 스와프를 추진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경기일보에 기고한 '환율 폭등, 국민이 두려워하는 이유'란 제목의 컬럼에서 먼저 미국의 달러 스와프 라인 개설은 연준 통화정책 필요성 차원에서 고려한다면서 그런데 현재는 (금융 및 실물위기로 달러를 풀어야만 하는) 2008년이나 2020년 상황과 달리 통화긴축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2008년과 2020년 달러 스와프 라인을 개설한 이유는 달러 공급을 하지 않으면 교역국들이 다량 보유한 미국채나 MBS를 매각함으로써 이 증권들을 매입하는 연준의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 연준 규정에 따르면, 달러 스와프 라인 재개설은 한국만 허용할 수 없고, 규정대로 9개국으로 확대할 경우 연준의 양적긴축 효과를 반감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번 째 이유로 연준이 미국채에 대한 매력을 증대시킬 목적으로 도입한 피마레포제도를 활성화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와프 라인을 재개설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즉 연준의 통화정책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미국 및 국제 경제에 부정적 확산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 3월(외국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국채를 연준에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레포(Repo) 제도를 도입했는데, 올 7개월 동안 외국인의 미국채 수요가 약 2천500억달러나 감소했다는 점을 들어 스와프 라인 재개설의 어려움을 꺼내든 셈이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잘못 끼운 첫 단추의 정상화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놓고는 외부의 힘에 매달리며 국익만 해치는 형국"이라며 "현재의 환율 폭등을 국민이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 주장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6월 이후 9월 중순까지 원화 가치 하락폭(-11.8%)은 유로(-6.2%)나 파운드(-7.8%)는 물론이고 심지어 엔화 하락폭(-11.0%)조차 앞질렀다. 경제위기설 국가들로 분류되는 튀르키예(옛 터키·-11.4%)보다 컸으며,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도만 원화보다 더 하락했을 뿐이다.
한편 조세일보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인 5월초(2일)와 현재(9월26일) 주요 국가의 환율 하락폭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원화 가치 하락폭은 (-)13.08%로 파운드(-13.94%)보다는 약 0.86%포인트가 낮지만, 엔화 하락폭(-10.90%)이나 유로(-8.49%), 캐나다달러(-6.06%) 보다는 크게 높았다. 최 교수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안전자산군에 속하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도 가치가 크게 하락했는데 한국의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이라는 정부당국의 입장을 질타한 뒤, 이러한 사고는 말 그대로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 엔, 파운드의 몰락은 일본, 유로존, 영국 등이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통화 프린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 회복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모르핀이 순간 고통을 완화할 뿐 치료제가 될 수 없듯이 값싼 통화 공급만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는 없었다며 정치 실패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강요받은 미국의 통화긴축 전환이 유로, 엔, 파운드 몰락의 방아쇠가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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