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킹달러 시대', IMF·금융위기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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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일부에서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대외금융자산이 부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킹달러'가 해외자산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미국 달러화 기준 대외금융자산(1조55억5000만달러)에서 대외금융부채(3683억7000만달러)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6371억8000만달러다. 연말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광고 정보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자본수출국이 됐다는 의미다.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투자받은 것보다 많다. 달러가 강세를 보일수록 해외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는 대외부채가 더 많았다. 특히 IMF 시기에는 많은 기업과 금융회사가 달러화 대외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이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 0.75%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오른 1398원으로 출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사진=뉴스1하지만 2012년 이후 달러화 대외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지면서 강달러로 과거와 같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달러 가치 상승이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NICE신용평가사는 전일 '달러 강세가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다른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GDP 대비 3.5%(약 98조원) 내외의 순대외자산 가치증가 효과가 있다고 봤다.
NICE신용평가는"외환위기 당시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기업과 금융기관이 원화로 표시한 대외 부채가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계산해야 했다"며 "지금은 환율 상승으로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원화 표시 대외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즉 얼마나 이익을 봤는지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투자 포지션과 헤지 전략에 따라 실제 원/달러 환율 하락이 개별 투자주체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대미환율 상승이 경제과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시각으로 달러 강세를 바라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1997년이나 2008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 등의 외화유동성과 건전성 등은 양호상태를 유지 중이다.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이날 오전 40.1bp(1bp=0.01%)를 유지 중이다. 지난 6월 53.5bp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다. CDS 프리미엄은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질수록 올라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미 정책금리가 재역전된 상황이지만 최근 외국인 보유채권 기간(4.3년)과 국가신용등급(AA) 대비 높은 금리를 고려하면 급격한 자금 유출은 가능성은 작다"며 "금융회사 외화 유동성 상황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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