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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준금리, 14년 만에 최고치 찍는다..사상 초유의 빠른 긴축에 韓 증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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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연속 75b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기정사실화
'물가 정점론' 무색..外資 추가 유출 가능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정례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기준금리의 75bp(0.75%포인트)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되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한 번에 100bp(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이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75bp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의 최종금리(terminal rate)가 4.25~4.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1년 만에 기준금리를 400bp(4%포인트) 이상 올리는 사상 초유의 긴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앞서는 것이 기정사실이 됨에 따라, 외국계 자금의 추가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75bp 인상 기정사실화…연초 이후 매달 33bp 올린 셈

FOMC 9월 회의는 20~21일(현지 시각) 이틀 간 열린다. 기준금리의 향방은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 베일을 벗는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즉시 3~3.25%가 된다. 이는 지난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매우 가파르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선 금리 인상기와 다르다. 가장 최근의 금리 인상기(2015년 12월~2018년 12월)에 연준은 3년여에 걸쳐 기준금리를 0~0.25%에서 2.25~2.5%까지 225bp 올렸다. 월 평균 6.25bp(0.0625%포인트)씩 인상한 것이다.광고 정보

그에 비해 올해의 금리 인상은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연준이 이달 자이언트스텝에 나선다는 가정 하에, 월 평균 인상폭은 33bp(0.33%포인트)에 달한다. 2015~2018년 인상기와 비교해 속도가 5배 이상 빠른 셈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미국 기준금리가 20%까지 오른 적도 있지만(1980년), 그 때는 인상 속도가 느렸다”며 “올해처럼 1년 도 안 돼 300bp나 올리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도 기정사실이 됐다. 통상 신흥국 금리는 미국 같은 선진국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자산의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FOMC 이후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현행 2.5%)를 0.5~0.75%포인트 웃돌게 된다.

김 센터장은 “당초 시장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며) 9월 FOMC가 연준 통화 정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으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자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어려워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상수지 악화·금리 역전 겹악재… 일각선 “9월 이후 긴축 완화” 전망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앞으로 우리 증시에서 외국계 자금이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이 기정사실화하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 외국계 자금이 우리 증시에 들어올 만한 유인은 없기 때문이다.

과거 2018년 3월~2020년 2월 한·미 기준금리 역전 시기에도 우리 증시에서 외국계 자금이 대거 이탈한 바 있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올해에는 외국인 자금이 9조8000억원 빠져나갔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의 최고치인 1397.9원까지 치솟고 145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현재, 환손실을 피하기 위한 외자의 추가 이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경상수지의 악화로 달러화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 한·미 양국 금리가 벌어지게 된다면 우리 증시에서의 외자 유출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단순히 외자 유출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문제다.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기업의 부채가 늘고 금융기관으로의 리스크 전이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센터장은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중앙은행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약한 고리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어디까지 (금리를) 올려야 어떤 고리에서 리스크가 터질 지는 선험적으로 알기 어려워, 연준이 어느 순간 타협을 해야(금리 인상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금리 인상이 구조적 리스크로 전이된다면,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나는 사태에 이를 위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코스피지수가 전년도 고점의 절반보다 낮은 890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9월 FOMC 이후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려지고 우리 증시에서의 외자 유출과 주가지수 하락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9월에 최대치를 찍고 이후 긴축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지수가 2500대에서 2300대까지 내려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긴축 완화에 발맞춰 외국인들의 매도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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