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차·엔저·고유가’···증시 반등 속 불확실성 키울 리스크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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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스프레스 축소···경기 침체 우려 ↑
엔화 6년만에 약세국면···‘장기화 시 부담’ vs ‘우려 과도’
고유가 지속···원가 부담 확대에 성장 제동 가능성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완만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 전조 지표인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 일본과의 수출 경합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장기화, 상장사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고유가 시대가 증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 역전 앞둔 미국채 장단기 금리···경기 침체 이어질까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증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슈 리스크 완화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8일 장중 저점인 2605.81을 기록한 이후 6% 가까이 상승하며 2740선까지 올라섰다. 미국 증시에서는 나스닥 지수가 11거래일 만에 15.2% 상승하는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차는 29일(이하 현지 시간) 0.06%포인트에 불과하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29일 1.59%포인트 가량 차이 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날 장중에는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역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는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9월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었다.
그동안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시장에서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2차대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 9차례의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발생했는데 이 중 8차례 경기침체가 후행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기간 리스크에 따라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높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장기채를 매수하는 경향이 짙어지면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해 오랫동안 안전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곧바로 경기침체를 의미하지 않지만 그만큼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5일 보고서에서 “금리차 역전이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10년-3개월’ 스프레드는 확대 혹은 행보 중이라는 점, 과거 금리 역전 이후 경기 침체 사례는 모두 금리 하락기였다는 점, 기간 프리미엄이 낮아진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될 수 있다는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시그널로 해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 엔화 6년 만에 약세 국면···‘장기화 시 부담’ vs ‘과거와 달라 우려 과도’
엔화 약세 역시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지목된다. 지난 28일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23.1엔을 기록했는데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123엔을 넘은 것은 2015년 12월 이후 6년여 만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한 달 전만 하더라도 114엔 수준이었다. 미국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격차가 2019년 이후 가장 큰 약 2.13%포인트로, 올 들어 0.6%포인트 가까이 확대된 것이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시 일본과 수출 경합을 하고 있는 국내 일부 업종 입장에서는 악재로 평가된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장은 국내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엔화 약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장기화 시 철강, 기계 등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수준이거나 추가로 확대된 산업의 경우 특히 피해가 있을 것으로 봤다.
과거 국내 증시의 경우 엔저 영향에 대형 수출주가 약세를 보인 바 있다. 2012년 달러당 70~80엔 수준이던 달러·엔 환율이 2013년 90엔을 돌파하면서 자동차, 철강을 비롯한 일본 경합 수출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저 리스크는 2015년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120엔을 넘어설 때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편에서는 엔화 약세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엔화 환율 변동이 무역 경로를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감소한 반면 국제 투자자금 흐름의 변화와 국내 자금 유출입 경로에 미치는 효과가 증대됐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을 매도하는 전략은 실효성이 낮다”라고 평가했다.
◇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결된 고유가···“변동성 확대 요인 주목해야” 지적도
고유가의 지속 여부도 국내 증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료로 분류된다. 고유가는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장사들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상승)이나 슬로우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 보다 경기가 완만하게 하강하는 경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증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고유가가 국내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경기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305억달러(3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현재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영향에 가파르게 상승한 상태다. 지난 2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4.24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말 75.21달러 대비 38% 상승한 것이다. 이달 8일에는 배럴 당 123.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미 국내 증시는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마다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피는 이달 7일 이달 들어 가장 큰 낙폭인 2.29% 하락하며 장을 마쳤는데, 국제 유가 급등이 배경 중 하나였다. 이날 장중 브렌트유는 139.13달러까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뛰어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일각에선 고유가 보다는 유가의 변동성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고유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개별 기업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며 오히려 원가 전가력이 높은 기업은 더 조명 받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유가 변동성 확대가 투자심리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으로 변동성을 확대시킬 요인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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